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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논설위원 안동윤 박사 칼럼] 근로시간 단축 시대, 평생교육으로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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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안동윤 박사 칼럼] 근로시간 단축 시대, 평생교육으로 맞이하자

안동윤(본지 논설위원, LG전자 부장)

요즘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 시대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다음 달 7월 1일부터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장시간 근로 관행에 의존하는 경제를 벗어나 3만 불 소득 수준에 맞는 노동 선진화의 틀을 갖추게 된다. 기업은 고성과·고몰입 조직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구성원은 여유 시간과 함께 삶의 질 향상을, 정부는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환영과 기대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근로자의 실질임금 감소, 특정 업종의 생산 차질, 영세기업의 부담 가중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기업교육의 위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의 감독 하에 시행되는 모든 교육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주말이나 야간 교육은 물론이고 평일 업무시간의 교육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줄어들 것이다. 일부 기업은 이미 적절한 교육시간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시범적으로 도입하였더니 선택 교육의 참여도가 줄어들었다.


교육에 대한 태도도 변하고 있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써야 하니 회사 내 삶이 각박해졌다. 사내강사는 선뜻 강의에 나서지 않고, 주제전문가는 인터뷰조차 부담스러워 한다. 공식적인 교육뿐만이 아니다. 일터학습은 동료 간에 자원하고 후원하는 마음이 자양분인데, 내 일 할 시간도 없다보니 가르치고 배우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제 그런 일을 ‘공식’ 업무시간에 포함해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직장 일과 생활세계가 칼로 자르듯 분리되어 간다. 회사에 지인이라도 찾아오면 그 분과의 시간은 업무시간에서 스스로 차감해야 한다. 반면에 퇴근 이후에 업무 관련 카톡을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상사나 선배가 그랬다가는 꼰대로 분류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육은 소속감과 일체감을 키우는 수단이었다. 기업의 연수체계는 실은 기존 가치의 강화와 재생산 체계이었다. 개인은 싫어도 따라야 했다. 이제 회사는 개인 존재가 아니라 개인이 보유한 스킬에 대해 계약했다고 냉정히 얘기할 것이다. 스킬은 상품이다. 교육은 스킬의 교환가치를 향상하는 수단으로 여길 것이다.


이런 때에 평생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가시간이 늘었으니 직장인의 접근 기회를 확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과 생활세계를 분리하고, 평생교육은 생활세계에 속한다고 보는 것은 이분법적이다. 퇴근이나 퇴사 후의 삶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일과 생활세계의 새로운 관계 맺기에 기여할 수 없을까. 경력과 경력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없을까. 소홀해지는 소프트(soft) 기술을 어떻게 향상할까 등 변하는 시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찾았으면 한다.


이미 세상은 일과 학습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요즘 친구들은 직장생활에 매였던 선배들과 달리 더 큰 공간에서 더 긴 시간 동안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 온·오프라인의 수많은 포럼, 정보컨텐츠, 학습아카이브, 학습모임에 참여한다. 이들이 참여한 세계에서 분리는 의미가 없다. 일과 여가와 학습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돈 되는 일과 재밌는 일도 경계가 모호하다. 여기서의 교육은 사람들의 교류이자 연결망의 하나이다. 즉,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과정에 녹아지고 있다. 평생교육이 맞이하는 근로시간 단축시대는 이처럼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하고 실험하며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기를 바란다.



<평생학습타임즈 – 안동윤 bright.ahn@gmail.com>

출처 - 김진규IN칼럼, 특집칼럼, 2018070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