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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생학습타임즈 편집부국장 김차순 박사의 타임즈 포커스] 학습자가 주는 보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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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타임즈 편집부국장 김차순 박사의 타임즈 포커스]

학습자가 주는 보물 #5

김차순(평생학습타임즈 제3편집부국장, 광명좋은학교 대표)

가여언이불여지언(可與言而不與之言)이면 실인(失人)이오 불가여언이여지언(不可與言而與之言)이면 실언(失言)이나 지자(知者)는 불실인(不失人)이며 역불실언(亦不失言)이니라.



문해학습자들의 대부분은 어렸을 때에 학교를 갈 형편이 되지 않았기에 공부를 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신다. 그 당시에 학교 문 앞에라도 갈 수 있게 했다면 지금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하거나, 이름이라도 쓸 수 있게 했더라면 훨씬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지난날에 대한 원망이나 후회를 많이 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을 통하여 그 분들의 상처가 치유되어 가는 과정을 볼 수가 있다. 지금이라도 학습의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잠시도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신다.


“선생님, 나는요 1학년을 다니다 말았어. 그 때는 왜 그렇게 학교가 가기 싫었는지 몰라. 엄마가 학교 안 간다고 부지깽이로 나를 때리며 사정을 했는데도 죽어도 가기 싫었어. 그런 나를 보고는 아버지께서 학교 가지 말라고 하셔가지고 집에서 밥하고 살림하는 게 너무 좋았어.” 여느 학습자와는 다르게 스스로 학교 가기 싫어서 포기를 한 흔하지 않은 경우의 학습자를 여태껏 딱 한 분 만났다. 이제 후회스럽다고, 왜 그 때 엄마는 끌고라도 학교를 보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원망 아닌 원망을 한다.


몇 년 전에 이 학습자의 큰며느리가 손자의 장래를 위해 유학을 간다고 통보를 하고는 훌쩍 떠나버려서 기러기가 된 아들이 집에 들어와 산다고 했다. 그래도 며느리에게 싫은 내색이나 말씀 한 마디 하시지 않고 건강하게 잘 다녀오라고 했단다. 3년을 기약하고 갔는데 벌써 5년이 지났음에도 온다는 연락은 없단다. 지난주에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껄껄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선생님이 나 좀 책임져야 될 거 같아. 나 독거노인이 되어버렸어요. 글쎄, 우리 작은 아들이 자기 처형이 호주에 있는데 아예 이민을 간다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집도 처분하고 정리를 다 하고는 며칠 후에 간대요.”하면서 껄껄 웃으신다. 듣는 나도 가슴 한편에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데 이 분의 마음은 오죽할까?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씀은 “그래도 내가 부모인데 한 마디 상의 없이 큰며느리처럼 통보만 해서 너무 속상해요. 근데 선생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는 없잖아요. 이미 간다고 결정이 났는데 내가 화낸다고, 가지 말라고 한다고 들을 것도 아니고…”


더구나 며느리는 내 속으로 낳은 자식도 아닌데 잔소리나 싫은 소리 하면 사람을 잃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잘했다고, 너희가 결정했으니 엄마는 믿는다고 하시며 건강하게만 잘 살아주면 고맙겠다 하고는 웃는 얼굴로 마무리를 했단다.


공부를 많이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아니다. 세상을 살면서 사람의 도리를 배우셨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로운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말로 실수를 하고, 다시는 보지 못할 원수가 되어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순간을 참지 못해서, 이 한마디를 하지 않으면 내가 못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온갖 말로 상대방을 할퀴고 아물지 못할 상처를 주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그리고는 상대방을 원망하며 돌이키지 못할 시간을 사는 것이 똑똑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실상이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많고 하지 않아야 할 말도 실타래처럼 풀어져 버린다.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가슴에 품고 있어도 큰 탈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말로 표현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눈빛으로, 표정으로, 마음으로 전달이 되는 때도 있다.


이 학습자처럼 내 감정을 먼저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안위가 우선이고, 가족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는 사람이 필요한 요즘이다. 어른은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고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더불어 말할 사람과 더불어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고, 더불어 말하지 않을 것을 더불어 말하면 말을 낭비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잃지 않고 말을 낭비하지 않는다.’



<평생학습타임즈 – 김차순 nam08-22@hanmail.net>

출처 - 평생학습타임즈, 김진규IN칼럼, 특집칼럼, 201807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