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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생학습타임즈 편집국장 김창엽 박사 칼럼-86] 최저임금 인상과 평생교육이 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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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타임즈 편집국장 김창엽 박사 칼럼-86] 최저임금 인상과 평생교육이 갈 길

김창엽(평생학습타임즈 편집국장, 한국평생교육실천전략연구소장)

어느 소매상이 물건을 100원에 사들여서 300원에 팔면 200원이 남는다. 그러면 물건구매비 100원을 남기고 200원을 사용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그 소매상은 망한다. 이는 200원이 전부 이익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들인 물건을 팔아 남는 이익은 매출이익이다. 여기서 물건을 파는 데 들어간 비용, 즉 영업을 하는 데 들어간 영업비를 제외하고 남는 이익이 영업이익이다. 영업비에는 인건비, 매장유지비 등등이 포함된다. 영업이익에서 은행이자 등을 제외한 것이 경상이익이다. 경상이익에서 순손실을 제외해야 비로소 기업이 오롯이 손에 쥘 수 있는 순이익이 된다. 편의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편의점은 본사에서 물건을 사들여서 판매한다. 영업에 필요한 매장관리비, 임대료, 인건비, 카드수수료 등을 부담한다. 이후에 영업이익을 취할 수 있다.


요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하여 편의점 업계에서 이런저런 주장과 다툼이 있다. 골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먹고살 수 없다’는 것이다. 일견 수긍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과연 인건비 부담이 편의점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적 요인인가에 대해서 톺아볼 것이 있다. 편의점에서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부담하는 비용을 인건비를 제외하고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편의점에서 가장 부담을 갖는 것은 가맹수수료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대개의 경우 본사에서 각 편의점 매출액의 30-40%를 가맹수수료로 가져간다. 매출이익이 아니라 매출액이라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둘째, 카드수수료가 불공정하게 높이 책정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카드를 사용하여 결제한다. 카드사용과 관련하여 해당카드사에서 카드사용수수료를 가져간다. 재벌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형매장의 카드수수료가 1%대인 반면에 편의점이 부담해야 하는 카드수수료는 2%대이다.


셋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지속적으로 오르는 임대료이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서 본 바와 같이 계속 오르는 임대료는 해당 편의점을 지속적으로 압박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행위라는 지적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러한 가맹수수료, 카드수수료, 임대료는 편의점의 수익을 압박하고, 업주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건비를 낮춘다고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한편, 편의점의 수익과 생존을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가까운 거리에 유사 편의점이 입점하는 것이다. 이전 정권에서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거리제한을 해체시켰기 때문이다. 편의점 한 곳이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영역 범위가 있다. 이 영역에 부적절하게 많은 편의점이 들어서게 되면, 모두가 고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본사는 편의점이 많아지면 수익을 확보한다. 편의점에서 확보하는 가맹수수료, 제품판매 이익 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손댈 수 있는 것은 임대료와 입점거리제한 두 가지이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관련법이 제정 또는 개정되어야 실시될 수 있다. 임대료 인상 제한 법은 이미 국회에 입법제안이 되어있으나 처리되지 않고 있다. 특정 정당에서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다. 편의점의 수익과 생존을 위해서 짚어야 하고 해결해야 할 것이 명확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서 최저임금 인상이 편의점 고사의 원흉처럼 취급받고 있다. 정작 따져야 하는 본질적인 것은 외면하고 있다.


편의점 본사를 ‘갑’, 편의점 업주를 ‘을’, 알바생을 ‘을’ 또는 ‘병’으로 한다면, 편의점의 수익과 생존을 위해서는 ‘갑’과 ‘을’의 다툼이 있어야 한다. 다른 요인을 전부 배제하고 오직 최저임금 부분만을 부각시켜 ‘을’과 ‘을’의 다툼, 또는 ‘을’과 ‘병’의 싸움으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이를 통해 편의점의 수익과 생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없다.


편의점과 최저임금의 문제는 인간답게 사는 삶과 사회, 인간의 인간화라는 근원적 가치 부분에 직접 맞닿아 있다. ‘을’과 ‘을’의 다툼, 또는 ‘을’과 ‘병’의 싸움으로만 부각되는 현상은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고, 마취시키는 기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편의점 업주와 알바생의 비인간화가 가속화되고 심화되고 있다. 절망스러운 것은 이러한 현상이 편의점 업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평생교육은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답을 해야 한다. 현상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 시행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 눈 감고 직업능력, 일자리만 부르대는 것은 곤란하다. 평생교육이 인간의 인간화를 궁극적으로 지향하기 때문이다. 평생교육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야 하는 까닭이다.



<평생학습타임즈 – 김창엽 gksakel@hanmail.net>

출처 - 평생학습타임즈, 김진규IN칼럼, 특집칼럼, 201807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