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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생학습타임즈 편집부국장 김차순 박사의 타임즈 포커스] 학습자가 주는 보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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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타임즈 편집부국장 김차순 박사의 타임즈 포커스] 학습자가 주는 보물 #6

김차순(평생학습타임즈 제3편집부국장, 광명좋은학교 대표)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 대통령의 공약집 제목이다.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인 것 같으면서도 결코 녹록치 않은 일임을 나이를 먹을수록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답게 산다는 것은 자유를 누리되 한 개인이 맡은 책임과 의무를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많이 듣고 배웠다. 들었다고 해서 실천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배웠다고 해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일? 좋은 옷을 입고 비싼 음식을 먹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일? ~답게 산다는 것에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간단히 한 마디만 한다면 대다수의 사람이 상식적인 일이라고 여기는 일이 ‘~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본다.


두 주 전에 한 학습자와 통화를 하면서 ‘~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일지 다시금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학습자는 최근에 남편과 사별을 하고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다. 너무 많은 신경을 쓴 나머지 구안와사(안면마비)가 와서 당분간은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당연히 심신이 지쳐 있을 것이라 여겼으므로 학교에 신경 쓰시지 말고 몸부터 잘 챙기시라고 말씀드렸다. “선생님 덕분에 중학생까지 되었는데 결석한다는 것이 용납이 되지 않아요. 그런데 제 이 얼굴을 선생님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아. 그래서 결석을 해야겠는데 선생님이 나 쫓아내지 않을 거죠?” 그 약속을 해 주셔야 편히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 같다며 대답을 듣기를 원하셨다.


몇 번이나 다짐을 받으시고는 전화를 끊으셨는데 학습자의 말씀이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이 생생하다. 우리가 집에서는 주부이며 엄마이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학생이라는 말씀, 그래서 아무리 아파도 참으며 학교에 나가 선생님도 보고, 친구들도 보는 것이 마땅한 도리를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석 없이 학교에 가는 것, 그리고 우등상보다 더 값진 개근상을 받는 것이 학생답게 사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 학습자는 동아리에서 틈틈이 배운 민요로 주1회 봉사도 다니시는 분이다. 공부도 잘 하지만 굳이 더 큰 쪽으로 재능의 기울기를 해본다면 단연코 민요솜씨이다. 치매남편을 몇 년간 돌보고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가슴에 안고 계신다. 바쁜 틈틈이 중학교 과정도 공부하고, 민요 봉사도 하시고 서예까지 배우시는 평생학습의 실천가이다. 이 분의 표현을 빌리면 ‘학생답게 사는 것은 결석 없이 학교를 잘 다니는 것’, ‘선생님답게 사는 것은 모범을 보이는 것’, ‘엄마답게 사는 것은 자식이 올바로 자라도록 마음의 지원을 끊임없이 하는 것’, 친구답게 사는 것은 친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 이다. 크나큰 일도 아니고 지극히 보통의 일임에도 우리는 그 보통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답게’, ‘선생님답게’, ‘엄마답게’ 사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을 해 봐야겠다.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 어울리도록 행동하는 일이 ‘~답게‘ 사는 지름길일 것이다.


임금은 임금답게 나라를 편안히 하고, 신하는 신하답게 올바른 정책을 내놓으며 백성을 살피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모범을 보이고, 아들은 아들로서 책임을 다한다면 나라가 안정되지 않겠는가.’ 예부터 문신이 돈을 탐하지 않고, 무신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나라가 태평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정치가는 정치가답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기업가는 기업가답게 이익을 바르게 쓰며, 학자는 학자답게 끊임없이 제자를 기르고 연구하며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 학생은 학생답게 아직은 배움의 길에 서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평생학습타임즈 – 김차순 nam08-22@hanmail.net>

출처 - 평생학습타임즈, 김진규IN칼럼, 특집칼럼, 201807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