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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현장소식] 진천군, 어르신들의 감동 학습나들이 – 문해교육으로 만나는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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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진천군, 어르신들의 감동 학습나들이
– 문해교육으로 만나는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

김윤희(진천군 문해교육사)


진천군 문해학습장 어르신들이 단체로 영화구경을 가게 되었다. 진천 메가박스점에서 200여명이 모인 극장체험 행사였다. 우리 마을 학습장 어르신들 중 몇몇은 기대를 갖고 환영하는 분위기인데 88세 어르신이 한 걱정을 한다. 괜히 여럿이 모인데 갔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느냐는 것이다. 각 학습장 담당 교사와 봉사자들이 분담하여 안전하게 모시도록 할 것이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마음을 연다. 성당에서 극장에 가 본적이 있다는 분, 노인복지관에서 가봤다는 분이 자랑스럽게 목소리를 높이며 바람을 잡는다.


드디어 영화 보는 날, 약속된 시간에 모시러 갔더니 말쑥한 차림새로 미리 동네 어귀에 나와서 기다린다. 풍파 많은 세월을 사신 어른들답게 배려와 예의가 몸에 배어 인솔자가 신경 쓰지 않게 눈치껏 움직여 준다.


어르신들을 위해 극장 한 칸을 통째로 얻었다. 70년대 시골 비포장 길가 허름한 구멍가게가 떠오르는 제목 ‘장수상회’가 화면에 뜬다. 제목만으로는 얼핏 내용이 잠작 되지 않지만 TV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주인공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별성(星), 일곱칠(七) 김성칠이라는 이름을 가진 노인(박근형 분)의 목소리가 좁은 골목 안에서 쩌렁쩌렁 울린다. 해병대 출신, 그 자부심으로 나름대로 소신과 원칙을 갖고 자신을 지켜가며 혼자 사는 노인이다. 어느 동네이든 꼭 하나쯤 있을법한 사람이다. 고집불통에 퉁명스럽지만 직장인 ‘장수마트’ 에 제일 먼저 출근하여 해병대 정신으로 마트의 질서를 잡아나간다. 젊은이들과 좌충우돌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그런 그에게 예쁘장한 꽃집 여인(윤여정 분)이 살갑게 다가온다. 어쩌다 은근히 정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그녀는 적극적이다. 작위적인 느낌마저 들었지만 나무토막 같이 무뚝뚝한 남자의 마음에 봄바람을 일으킨다. 사랑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를 설레게 하는 마력이 있다.


“우리 둘 중에 누가 먼저 죽든 울지 맙시다.”


얼마나 눈물겨운 대화인가. 임금님,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녀의 이름은 설정부터 예사롭지 않다. 꽃구경 가자는 약속을 깜박 잊고 있다가 허둥지둥 달려가는 성칠과 약속 장소에 나올 수 없게 된 임금님, 황혼에 첫사랑 앓이 하듯 애틋하게 사랑을 이루어가는 그들은 부부였다.


‘아하, 꽃집 여인이 아내였구나.’


아내인 줄도 기억 못하고 뒤늦은 사랑에 마음 설레는 70대 노인, 무엇이 이리 기막히게 만들었는가. 가슴이 먹먹해 온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된 성칠은 먼 후일을 생각하여 아내에게 꽃집을 차려주었다. 가족은 일부 기억을 깡그리 잊고 독신인줄 알고 살아가는, 그 가장을 위해 이웃처럼 살면서 옆에서 보살폈던 것이다. 아내가 췌장암 말기로 병원에 입원하게 됨을 계기로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극은 절정에 이른다.


‘장수상회’는 오래 전에 아버지가 시작한 장수마트의 뿌리였고, 아들은 그 뿌리에서 가지와 잎을 키워 오늘날 장수마트로 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것이 가족 아닌가.


영화가 끝나고 점심 식사 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모두들 한마디씩 한다.


“그 두 사람이 안타까워 가슴이 울컥했다.”
“나는 그 여자가 죽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죽지 않아 다행이다.”
“치매가 젤 무서워, 제발 치매는 걸리지 말아야 할 텐데….”
“나이 먹을수록 내외지간이 서로 의지하고 사랑해야지. 늙어도 사랑하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아.”


어르신들에겐 역시 죽음과 치매가 강렬하게 와 닿는 모양이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노인의 4苦(고독, 빈곤, 질병, 무위)는 남의 이야기가 결코 아님을 오늘 영화를 본 노인들은 안다. 그래서 가슴 뭉클함이 더했는지도 모른다.


사람으로 태어나 노인이 되어가는 것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노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문제다. 자손들에게 너무 얽매이지 말고 어르신들이 보다 즐겁고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즐겼으면 싶다.


부모님들이 건강하고 신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식들이 바라는 것임을 알면서도 여전히 어르신들은 오늘도 뙤약볕을 마다 않고 들로 나선다. 자손들의 자동차 뒤 트렁크에 바리바리 채워주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힘들어도 그게 낙이라 하시니 어쩌랴.


그저 그 마음 한 귀퉁이 뚝 떼어 온전히 당신만을 위한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을 위해 우리 진천군 문해교육사들이 함께 한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은 날이다.

<평생학습타임즈 – 이영희 hui17650@korea.kr>

출처 - 평생학습타임즈, 김진규IN학습도시 커뮤니티, 현장소식, 2018080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