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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생학습타임즈 편집부국장 김차순 박사의 타임즈 포커스] 학습자가 주는 보물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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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타임즈 편집부국장 김차순 박사의 타임즈 포커스] 학습자가 주는 보물 #9

김차순(평생학습타임즈 제3편집부국장, 광명좋은학교 대표)

자모지심(子母之心)


최근에 심심찮게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 부모와 자식 간에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식에게 재산을 주었더니 효도를 하지 않아서 되돌려 받기 위해 고소를 했다든지,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부모를 때렸다든지, 심지어는 부모가 한 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죽였다는 패륜아 같은 일들이 많아졌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한 옛 말이 그대로 맞는 것인가?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느려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고 있는 것인가?



딸 둘에 늦게 막내아들을 얻어 애지중지 키운 학습자의 이야기이다. 자식들 다 키워 출가시키면 부모의 도리가 끝날 것이라 여기며 그 후엔 공부만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손녀가 태어나니 어린이집 교사인 며느리가 아기를 봐달라고 부탁하여 아들네로 들어갔다. 손녀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들내외가 서운하게 한 일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할머니의 손이 점점 필요가 없게 된 시기가 왔는지 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며느리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출퇴근을 할 때 그렇게 인사를 잘 하더니 아무 말 없이 드나드는 일들이 많아지고 때로는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을 때도 있다고 한다.


하루는 손녀 간식을 만들어 주고 며느리 생각이 나 챙겼다가 주었더니 맛없다고 오히려 화를 내었다. 또 다른 하루는 며느리가 늦게 퇴근을 하여 된장찌개를 끓여 놓았더니 한 숟가락 먹고는 맛없다며 싱크대에 쏟아 부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학습자는 참을 수가 없어 일기장에 마음을 털어놓았으며 상담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예전처럼 엄마가 혼자 나가서 살면 좋겠다며 어려운 결심을 하고 아들에게 먼저 말을 꺼냈다. 그 말씀을 왜 하는지 이유를 물어봐야 하는 것이 마땅한 것 같은데 아들에게서 “엄마,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참고 지내셔야죠. 몇 년을 같이 살다가 이제 나가시면 누나들이 뭐라고 하겠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아들을 대신하여 혼자 살고 싶은 이유를 여쭈어 보았다.


첫째는 계속 함께 살다보면 며느리가 미워질 것 같아서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둘째는 아들이 엄마와 아내의 사이에서 편해 보이지 않아서란다. 셋째는 손녀도 엄마와 할머니의 중간에서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예방하기 위해서란다. 넷째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마음껏 국수도 해먹고 막걸리도 한 잔하고 싶어서란다. 다섯째는 혼자 사는 자유를 누리며 몸이 좀 편해지기를 바란단다. 이렇게 마땅하고 당연한 많은 이유를 갖고 있으면서도 아들이 허락을 해 주지 않아서 아직 분가를 하지 못하고 계신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어정쩡한 상태로 살고 계신 것이 아니라 아들과 딸들의 우애를 생각해서 참고 계시는 것이 가장 큰 이유란다.


“선생님, 내가 지금 가슴이 답답하지만 이런 일들을 딸들에게 말 못해요. 저를 만나러 오면 좋은 척, 행복한 척, 아들⦁며느리가 저에게 잘 해 주는 척 합니다. 그래야 딸도 아들도 마음이 편할 것 같고 서로 우애 있게 지낼 수 있잖아요. 저야 이렇게 살다가 눈 감으면 그만이지만 이 세상에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 겨우 셋인데 서로 도우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보고 싶어요. 내 하나 편하자고 딸들에게 말을 전해서 형제끼리 사이가 갈라지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아요. 아들의 말이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여기니 괜찮아요. 며느리의 행동도 그 아이의 입장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이 뭐 그리 좋을까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도 없어요. 좋은 게 좋은 거지요. 답답하면 일기장에 내 마음을 털어 놓으면 되고 친구들과 식당에서 한 잔씩 하면 되는 것을 호들갑 떨며 시끄럽게 할 이유가 없겠더라고요.”


이 학습자의 말씀을 들으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바다가 바다인 것은 모든 것을 다 받아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엄마가 엄마인 이유는 자식의 모든 것을 품고 안아주기 때문이겠지. 이런 엄마의 마음을 자식들은 알 수 있을까?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자애로운 마음’은 오늘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데 자식의 마음은 지금쯤 어디를 흘러가고 있을까?



<평생학습타임즈 – 김차순 nam08-22@hanmail.net>


출처 - 평생학습타임즈, 김진규IN칼럼, 특집칼럼, 201808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