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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논설위원 이성엽 교수 칼럼] 평생학습의 가장 중요한 테마 ‘한 물건’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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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이성엽 교수 칼럼] 평생학습의 가장 중요한 테마 ‘한 물건’ 사용법

이성엽(본지 논설위원 및 편집위원, 아주대 평생교육원장)

“그대는 번뇌가 불타는 집에서 기나긴 고통을 달게 받으려는가. 일백 뼈마디 문드러지고 흩어져서 불로 돌아가고 바람으로 돌아가지만, 귀한 ‘한 물건’은 신령하여 하늘도 덮고 땅도 덮는다. 아~ 슬프다. 지금의 사람들이여! 미혹해서 진리가 있어도 진리를 보지 못하고 밖에서 찾는 구나. 아무리 굳은 뜻을 가지고 티끌 같은 세월을 지내도록 몸을 불사르고, 팔을 태우며, 뼈를 두드려서, 골수를 내며, 살를 찔러서 그 피로 경전을 쓰며, 눕지도 않고 온갖 고행을 닦을지라도 진리를 모르면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아 자못 더욱 스스로 수고로울 뿐이다. 다만 자기의 마음을 알면 갠지스강 모래 같은 수많은 법문과 한량없는 오묘한 뜻을 구하지 아니하여도 얻을 수 있으니 그것은 ‘오묘한 마음의 법칙을 아는 것’이다. 과거의 모든 깨달은 이는 이 마음을 밝힌 사람이며, 현재의 모든 어진 이와 성현도 또한 마음을 닦은 사람이고, 미래에 닦고 배우는 사람들도 마땅히 이와 같은 방법에 의지하리니 모든 도를 닦는 사람은 간절히 밖에서 구하지 말지어다.”



올해부터 고등학교 <고전과 윤리>과목의 교과서에 실리게 된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 선사가 쓴 ‘수심결(마음을 닦는 요결)’의 일부분이다. 어찌 천 년 전 이미 우리의 길흉화복은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다며 그 마음 법칙을 아는 것이 행복한 삶의 지름길이라 적시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이미 선험적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부와 명예를 가지게 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 허상일 뿐 행복과는 관련 없다는 것을. 실제로 세상에 나가 이름을 날리고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크게 성공을 한 사람이라도 해도 만약 그가 어떤 지위나 명성만을 위해 살았거나, 다른 이들에게 근사해 보이거나 칭송받기 위해서만 살아온 사람이라면 불행하다는 것을.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영혼이란 무엇인가?’.. 한국 최고의 부자 이병철회장이 죽음을 앞두고 카톨릭 사제에게 던질 질문을 보면 우리가 채워도 채워도 채울 수 없는 궁극의 질문은 물질계에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두들 도를 말한다. 허나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는 철학이나 이데올로기는 우리를 변화시키는 어떠한 도구로도 작용하지 않는다. 4차산업혁명을 바라보는 작금의 우리 평생교육이 놓치지 말하야 할 것은 환경에 적응하는 힘을 키우거나 특정한 행동을 잘 하는 교육, 지식을 습득하고 취창업에 도움되는 교육적 환경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요람에서 무덤까지 내 마음이라는 ‘한 물건’의 사용법을 익히고 배우는 노력이다. 고교 교과서에 마음을 다루는 법칙 ‘수심결’이 다뤄지는 반가움에도, ‘한 물건’이 평생교육의 테마가 되는 경우를 쉽게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에 마음은 여전히 헛헛하다.



아무리 산천초목을 호령하는 권력을 가졌다 해도 죽음앞에서 나약해지고, 천하를 삼킬만한 부를 가지고 있어도 병 앞에선 심약해짐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결국 우리 인생은 마음이라는 ‘한 물건’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게임이다. 마음으로 온갖 일들을 다 하면서 마음대로 잘 못하는 것이 우리다. 마음에게 항복 받는 것,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모든 공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마음은 마음 먹어야 마음이 말을 듣기 시작한다. 큰 마음을 내야한다. 자신이 내기 따라서… 저 바다보다도 넓어질 수 있다. 반면 좁고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꼽기 어렵다. 마음 문이 닫히면 옳은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은혜입고 사랑받으며 살아온 사람조차 품을 수 없다. 유일한 길은 ‘한 물건’인 마음을 이해하고 마음을 제대로 내는 것이다. 이것 만이 마음을 지배하는 일이고, 인생의 행복 길이고, 아름다운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큰 길이다.



시험에 나올 만한 것을 공부하고, 조금 좋다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교육의 전부가 되어버린 대한의 교육에서 ‘마음 닦는 법’이 교과서에 실린 우연이 필연이 되어 온 국민이 마법사(마음 법칙을 알고 사용하는 사람)되는 것이 평생교육의 화두가 되길 꿈꿔본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삶의 지혜가 되고, 만나는 모든 이가 스승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묘법은, 학위를 받는 것도, 자격증을 따는 것도, 힘있는 존재와 함께 하는 것도, 큰 조직의 일원이 되는 것도 아닌 바로 마음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법을 아는 것임이 상식이 되는 그날이 오면, 원래부터 고독한 인생길의 모든 성공과 실패, 외로움과 괴로움은 나의 참 성장을 위한 영양제가 될 것이다. 바로 ‘한 물건’의 작동방법과 원리를 안다면!



<평생학습타임즈 – 이성엽 hicoach@ajou.ac.kr>

출처 - 평생학습타임즈, 김진규IN특집, 특집칼럼, 2018.08.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