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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생학습타임즈 편집국장 김창엽 박사 칼럼-91] 자판기형 편의점과 평생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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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타임즈 편집국장 김창엽 박사 칼럼-91] 자판기형 편의점과 평생교육

김창엽(평생학습타임즈 편집국장, 한국평생교육실천전략연구소장)

편의점 업계에서 자판기형 편의점을 도입할 모양이다. 이미 무인 편의점이 일부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기존 무인편의점은 인건비 절약차원에서 이용객이 적은 심야시간 대에 상주인력을 배제하는 데 주목했다면, 자판기형 편의점은 아예 24시간 상주 인력이 없다. 주목할 것은 무인 편의점 또는 자판기형 편의점이 인력이 상주해 있는 기존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이용하던 서비스를 차질없이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무인 편의점 또는 자판기형 편의점이 도입될 수 있는 배경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어우러지는 4차산업혁명의 한 모습으로 투영될 수도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는 청사진이 새삼 힘을 얻을 수도 있겠고,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면 안 되겠다는 각성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고, 여기저기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평생 학습을 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할 수도 있겠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변화, 그에 걸맞는 생활방식의 변화라는 경향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무인 편의점 또는 자판기형 편의점 모두 인간의 일자리를 좁히고 있고, 인간을 일자리에서 쫓아내고 있다. 일자리를 상실한 인간은 그 생존조차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삶의 환경과 토대가 급변하고 있고, 인간의 삶과 생존에 대한 위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학습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계가 있다. 학습이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100명이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그 의자를 20개로 줄이면,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80명은 의자에 앉을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 함에도 불구하고, 노력하고 애쓰면 의자에 앉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돌아보면, 1~4차산업혁명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인간의 일자리를 줄여왔던 역사이다. 지속적으로 소위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은, 자본이 발전된 과학기술을 통해 일하는 인간을 줄이는 것이 바로 이익 증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학기술의 발전이 절대적 토대로 작동하였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닌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그동안의 발전 결과를 되돌리는 것도 곤란하다.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할 필요도 없다. 대신 인간의 삶과 가치를 유지시키기 위해 평생교육 영역에서 다음의 몇 가지만은 제대로 짚고, 교육과정으로, 학습활동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첫째,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인간이 학력이 높거나 낮거나에 상관없이, 돈이 많거나 적거나에 관계없이, 인간의 존엄함을 누릴 수 있어야 되고 당당하게 권리로서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에 대해 더불어 고민하고, 모색하고,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


둘째, 인간의 공유자산을 따져보고, 어떻게 분배하고 유지할 것인가를 살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자본의 축적은 그 자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이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되고, 기여하고 있다. 인간의 공유자산이 사용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분배하고 유지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 기본소득 등의 논의로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인간의 의미와 가치, 가능성과 지향이 구체적으로, 본질적으로 짚어져야 한다. 작금의 사회현상과 이에 따른 평생교육 영역의 처방은 병의 원인과 진단에 대한 언급은 없이 만병통치약으로 평생학습을 주장하는 측면이 있다. 어떤 거대하고 절대적인 존재가 있고, 이것이 만들어놓은 현상에 인간이 어떻게 적응하고 존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데 국한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 고민의 영역조차 이미 주어지고 금 그어진 테두리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될 수 있다.


인간, 삶, 사회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하는 것임을 교육 맥락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까닭이다.



<평생학습타임즈 – 김창엽 gksakel@hanmail.net>

출처 - 평생학습타임즈, 김진규IN특집 칼럼, 2018.08.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