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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타 지역 소식] TV 리모컨 대신 붓을 든 문백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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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모컨 대신 붓을 든 문백면 할머니

한상화(문백면 행복학습센터 학습매니저)

문백면은 양천산 줄기를 중심으로 영동과 영서로 나뉜다. 영동에 문상초등학교, 영서에 문백초등학교. 한 학년에 10여 명 정도의 작은 학교로 스쿨버스가 아니면 이동이 힘들다. 접근성이 떨어진 것만으로도 교육에서 소외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백면 행복학습센터에 재능기부를 희망한 선생님과 함께 우리 아이들을 만났다.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며 고민하는 부모들 이야기는 이곳 문백면에선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정규수업과 방과후 수업이 전부인 이곳 아이들에게 영어뮤지컬 수업을 열겠다고 하니 반응이 뜨거웠다.

재미 반, 호기심 반으로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역시나 수업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울보에 떼보, 상습무단결석, 소심한 열성 등 다양한 캐릭터에 학년까지 다르니 진행하는 선생님도 참여하는 아이들도 겉도는 듯 했다.

아이들이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목표’가 생기면서부터다. 학교 자체행사인 ‘재능 스타 발표대회’의 출전을 앞두고 아이들은 스스로 안무를 짜고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스로 선택함에 대한 책임감이 열정으로 변한 것이다.

누가 누구인지 집안 내력까지 다 아는 작은 학교다보니 편견과 선입견이 걱정됐지만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며 학급 친구들과 학교 선생님의 칭찬이 쏟아졌다. 기회를 만들어 주었을뿐인데 아이들은 이렇게 감동을 만들어냈다.

단순히 남는 시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학습의 효과를 잘 아는 교육자로서 열정을 기부해준 선생님이 없었다면 만들 수 없었던 기회였다.

마을에 어린이가 없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고령층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노인대상 교육은 평생교육의 몫이 되었고, 노후의 긴 여정을 무기력하게 보내지 않도록 교육과 학습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니어 대상 평생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종류가 아니라 관심이라 생각한다. 어떤 것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함께 할 것이고, 왜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자녀들 스케치북, 물감은 아까울 것 없이 사주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 뭐하나 제대로 살 생각조차 못했던 우리네 어머니들. 그들에게 ‘학창시절을 되돌려 줄 수 있다면?’ 이라는 고민이 ‘민화 그리기’ 수업으로 진화되었다.

생전 처음 붓을 들고 굽은 손가락으로 떨리는 손을 받치고, 하나 하나 정성스레 그리며 어머니는 무엇을 생각하셨을까?

평생학습의 이유를 ‘행복 찾기’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 동네 어머니들은 그 행복을 찾은 듯하다. 서로 잘했다며 격려도 하고, 호작도, 묘작도를 그려서 자녀들에게 자랑하며, 텔레비전 보다 붓과 함께 하는 시간에 더 많이 웃으시니 말이다.

올해 처음 행복학습센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문백면은 아직 평생학습에 익숙치 않다. 그만큼 학습자들의 요구도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행복학습센터의 역할이고, 함께 할 마을의 인적자원을 발굴해 내는 것이 또한 행복학습센터의 몫이라 생각한다. 어떤 것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이다.

출처-평생학습타임즈 2017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