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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more] 공동체에서의 ‘學’과 ‘習’! 그 의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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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more]

공동체에서의 ‘學’과 ‘習’! 그 의미 찾기!

전하영(삶과앎 모두의 평생학습 대표)

필자는 아이들의 놀이를 위한 가족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 이 모임의 아빠들만 모여 겁도 없이 가족을 다 놔두고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다녀오는 간 큰 짓(?)을 감행했다. 여행 가기 전에 모여 어디를 갈지 의논하다 보니 어찌 된 일인지 어느 순간 여행이 연수로 바뀌어 있었다.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서점들과 마을공동체 등 평범하지 않은 여행 코스들이 등장한 것이다. 놀이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아빠들이라 역시 공동체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오사카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기로 계획했다.



그중 여행 전부터 무척 가고 싶어 했던 오사카의 한적한 구도심지 카자키초(中崎町)의 ‘아만토(AManTo) 마을’은 다녀와서도 여운이 많이 남아 있다. 일본에서 마을공동체를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아만토 마을은 2001년 한 청년이 마을에 들어와 ‘Salon de AManTo’라는 카페를 열면서 시작된 마을이다.



글을 통해 만났던 아만토 마을을 직접 가보니 다양한 카페와 공방들이 골목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모습에서 부산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의 한 면을 보는 듯하였고, 심지어 부산의 어느 문화마을과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아만토 마을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그 가치를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고향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온몸으로 겪으며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담은 채 이 지역에 들어와 살롱 드 아만토 카페를 연 니시오 준은 이 카페를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었다. 120년 된 집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마을에 버려져 있는 물건들을 활용해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나갔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도대체 버려진 물건들로 뭘 하는지 궁금해 하다가 나중에는 무엇이 필요한지 묻기 시작하고 나아가 함께 만들어 갔다는 이야기는 매우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만토 마을은 이런 방식으로 공동체를 만들어 갔다. 마을에 필요한 것은 마을 주민들이 마을에 있는 것들을 활용해 스스로 만들어 가고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AManTo’라는 말의 뜻도 그러하다. 느리지만 함께 만들어가면서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인식을 공감하는 공동체의 시간이 쌓여져 가는 것이다.



아만토 마을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인터넷으로 검색하길 바라며, 공동체를 이야기하며 아만토 마을공동체를 소개하는 이유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느림’의 가치를 발견하였고 그 느림 속에서 ‘學’과 ‘習’에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공동체 속에서의 배움, 즉, “學習”이 기반이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공동체 활성화의 핵심은 자립이다. 자립은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만들어가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학습이라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자신을 배우고, 마을을 배우고, 마을의 미래를 배우는 과정이 자립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공동체가 평생학습에 대해, 평생학습이 공동체에 대해 관심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재, 공동체에서의 學習을 들여다보면 學은 많으나, 習은 무척 드물다. 마을교육에서 주민들로부터 종종 듣게 되는 말이 “또 교육?”, “이론과 현실은 달라” 이다. 바로 習의 과정이 없는 學을 위한 교육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로부터 배우기는 참 많이 배웠는데 실제 적용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교육의 필요도 보다 교육의 피로도가 더 커져 있다. 學은 빠르고 쉽게 이뤄질 수 있으나 習은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된다. 習의 과정이 체화의 과정이고 실천의 과정이 되는 것이다.



UNESCO에서 평생학습의 목적은 알기 위함(learning to know)을 넘어 행하기 위함(learning to do)과 자신을 새로운 존재로 인식하기 위함(learning to be), 함께 살아가 가기 위함(learning to live together)이라 하고 있으나, 지금의 공동체 교육은 머리로 아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의장으로 주민들을 오게 하고 강의장에서만 이뤄지는 교육은 學은 있으나 習이 없는 교육이다. 강의장 안에서 만의 교육은 오히려 마을공동체와의 벽을 만드는 교육이 될 수 있다.



카페 살롱 드 아만토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강의장을 넘어 마을에서 學과 習이 어우러져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지는 공동체 학습의 장이 되었다. 느리게 진행되는 과정이었지만, 확실한 참여가 이뤄지는 평생학습의 장이었으며, 아만토 마을의 가치를 체화하고 뿌리내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언제든 배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바로 평생학습시대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언제든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평생학습은 지역을 기반으로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학습을 통한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學을 넘어 習으로의 확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공동체 활성화의 해답을 평생학습에서 찾다’라는 명제에 대한 필자의 명확한 대답은 평생학습은 가르치고 배우는 學의 울타리를 넘어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필요한 것을 익히는 習의 실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평생학습이 강의장을 넘어설 때 가능할 것이다.


※ 이 글은 평생학습타임즈와 제휴가 되어있는,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발간하는 웹진 ‘더 more’ 2017년 11월호에 실린 것입니다.

출처-평생학습타임즈, 특집칼럼,201712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