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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객원논설위원 유종필의 단상] 찰리 채플린이 되어 레드 카펫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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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 유종필의 단상] 찰리 채플린이 되어 레드 카펫을 걷다

유종필(본지 객원논설위원, 학습도시 관악구청장)

스타가 따로 있나? 찰리 채플린으로 분장하고 레드 카펫을 걸어가니 나도 스타가 된 기분이다. 동네 어른 아이들도 너나없이 TV에서 본 것처럼 레드 카펫 위에서 폼 잡으며 즐거워한다. 마을 행사는 이런 맛이 있어야 좋다. 천문학적인 물량을 투입하고 내로라하는 글로벌 스타들이 등장하는 A급 영화제는 국내외에 많다. 우리는 예산 부족에 주눅 들지 않고 “대놓고 B급”을 내세웠다. B급의 장점이 많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동네 카페에서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편한 자세로 영화를 볼 수 있다. 감독이나 출연배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올해는 이소룡(李小龍)으로 분장하고 레드 카펫을 걸었다. 노란 츄리닝을 입고 썬글라스를 쓰고 쌍절곤을 휘두르니 처음의 어색함은 이내 사라지고 즐거워졌다. 어린 학생들과 폼 잡고 사진 찍고… 이것도 스타(?)의 팬 서비스라고나 할까? ㅋㅋ 개막 인사말 차례. 글로벌 영화제에 걸맞게 6개 국어(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한국어)로 인사를 하니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일본어 대목에서 일본 영화감독이 즐거워한다.


고시촌영화제는 고시생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문화예술을 들어앉게 하자는 취지의 행사이다. 매년 영화제 테마를 정한다. 1회 때는 ‘나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 2회는 ‘Are you OK?(너 괜찮아?)’ 3회는 ‘Do you hear me?(내 말 들려?)’. 이처럼 테마부터 발칙하고 도발적인 것이 특징이다. 참여 작품 수는 매년 2백여편으로 여느 영화제의 몇 배나 많다. 2016년에는 중국 태국 대만 등의 해외 영화 10여 편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들 해외 영화인들과의 토론이 열리고, 감독이나 배우 뿐 아니라 분장, 음향 등 전문가들과 대화의 기회도 제공되었다.
관악구에서는 고시촌에 2013년 작가 10여명이 함께 소설과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스토리텔링 작가 클럽하우스’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대학로에서 활동하던 연극배우들이 직접 만든 극단 ‘광태 소극장’이 자리 잡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관악구는 20, 30대 인구가 전체의 39%를 차지하는 전국 최고의 청년도시답게 고시촌영화제는 젊은이들 취향을 저격한다. 한 청년은 “매스컴으로만 접했던 영화제를 동네 카페에서 즐기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누구나 내 인생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인생 영화는 녹화도 안 되고 재상영도 안 됩니다. 딱 한 번 돌아가는 내 인생 영화를 멋지게 만들어 갑시다.” 폐막 때 이렇게 인사말을 했다.



출처 : 유종필의 관악소리


* 본 글은 본지 자문위원이자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유종필 관악구청장(前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장)의 '유종필의 관악소리' 22화(17.12.26)에 실린 글을 본지에 공유한 것입니다.

출처-평생학습타임즈, 특집칼럼, 20171227일자